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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오피니언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 규제가 마냥 나쁘지만은 않은 이유

Review -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 규제

지난 시간에는 중국 암호화폐 규제의 양상 및 원인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시간에는 중국의 암호화폐 규제 중 하나인 비트코인 채굴 금지가 암호화폐 생태계에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이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2021년 5월 25일 네이멍구자치구(내몽골)를 시작으로 칭하이성, 신장위구르자치구, 윈난성 등지에서 비트코인 채굴이 금지되면서, 중국 내 전체 비트코인 채굴 활동의 90%가 멈춰 설 것으로 예측되었다. 암호화폐 시장은 이에 대한 우려감으로 인해 6월 21일 하루에만 비트코인 가격이 8.3%p 급락하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의 채굴 금지 조치가 단기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의 하락을 불러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 생태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낙관한다. 필자는 이에 대한 근거로 세 가지를 꼽았다.

 

 

그림 1.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 금지

 

첫째, ‘비트코인 채굴 금지’는 ‘비트코인 금지’와 다르다.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와 관련하여 여러 규제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그렇다고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를 강제로 압수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니다. 중국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이유는 암호화폐가 자국의 금융 안정성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국무원이 암호화폐 거래와 채굴을 둘러싼 규제를 점차 강화하는 이유 역시 암호화폐 시장의 격렬한 변동성이 자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우려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013년과 2017년에도 암호화폐를 규제한 바 있다. 특히 ICO(Initial Coin Offering) 열풍이 불던 2017년에는 암호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시키면서 시장 전체가 몰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지만, 많은 사람들은 홍콩이나 일본 거래소로 옮기는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암호화폐 거래를 이어나갔다. 결국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암호화폐를 모두 압수하지 않는 한 암호화폐 거래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계속 이어질 것이며, 중국인들은 암호화폐 시장을 쉽게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골자다.

 

 

둘째, 비트코인 채굴이 탈중앙화된다.

중국에서는 더 이상 비트코인 채굴이 어렵기 때문에 해당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암호화폐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채굴 활동이 세계 각지로 분산되기 때문에, 특정한 국가의 규제 혹은 정책에 의해 비트코인 생태계 전체가 휘청댈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비트코인 채굴 지도(Bitcoin Mining Map)에 따르면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65%가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 따라 중국 내의 많은 채굴 사업이 해외로 강제 이전해야 하므로, 탈중앙화를 표방하는 비트코인의 핵심 가치에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정부와 비트코인 채굴 업계 간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 채굴 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할 것이라는 소문은 2018년부터 꾸준히 제기되었고, 지난 5월에는 이란 정부가 국가 전체의 전력 부족을 이유로 암호화폐 채굴 행위를 올해 9월 22일까지 일시적으로 금지시켰다. 전 세계 암호화폐 채굴에서 4.5%라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란에서 암호화폐 채굴이 금지되었다는 소식에 시장은 출렁였다. 그러나 중국 규제로 인한 급락만큼은 아니었다.

 

우리는 이를 통해 하나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변동성이 매우 큰 암호화폐 시장에서 채굴 활동이 세계 각지에 고르게 분포될수록 특정 국가의 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으며, 리스크가 분산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비트코인 채굴 금지 조치가 단기적으로 시장에 부정적일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하나의 계기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셋째, 친환경적인 채굴이 증가한다.

이번 규제 조치로 중국을 떠나는 채굴업자의 상당수가 미국으로 이전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친환경 에너지의 비중이 증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으로 이전하는 채굴업자가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텍사스이다. 텍사스는 미국 최대의 에너지 생산지이자 전기료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텍사스는 또한 친(親)암호화폐 성향을 띠는 그레그 에벗이 주지사로 역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곳이다. 그런데 이들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텍사스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지역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실제로 텍사스 주 전체 발전량의 23%를 풍력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전체 풍력 발전량의 28%에 달하는 수치이다.

 

채굴업자가 텍사스가 아닌 다른 북미지역을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친환경적인 채굴이 증가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북미 지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보다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원의 종류가 다양하고 석탄 등 화석연료의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일례로 북미에서는 석탄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채굴에 이용하는 경우가 28%지만, 아시아태평양에서는 65%에 육박한다. 아울러 북미에서는 공유 전력망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전력원을 분산시키는 효과로 이어진다. 특히 미국에서는 채굴 업계의 과도한 에너지 사용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엄격해지고 있기 때문에, 꼭 정부의 규제가 아니더라도 업계 차원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할 유인이 충분하다.

 

지난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채굴 업계가 채굴에 사용하는 전력의 과반을 친환경 에너지로 채우지 못한다면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지 않을 것이라는 트윗을 남겼다. 일론 머스크는 미국 비트코인 채굴 업계의 신재생 에너지 사용과 투명성을 높이고 환경오염과 관련한 비트코인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단체인 북미 비트코인 채굴협의회(Bitcoin Mining Council of North America)를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 CEO와 함께 이끌고 있다.

 

아울러 미국 정부 또한 비트코인 채굴에 대해 중국 정부와 같이 전면적으로 금지하기보다, 자국의 채굴 업계가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해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바이든 미 대통령은 친환경적인 정책을 매우 강조하며, 암호화폐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 중 하나인 개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2018년부터 MIT에서 블록체인 강좌를 개설한 대표적인 암호화폐 전문가이다.

 

 

기대와 우려

결국 중국 정부의 비트코인 채굴 금지 조치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숱하게 겪어 온 어려 위기 중 하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처럼, 2013년에 그러했듯, 2017년에 그러했듯,  2021년 역시 그저 그렇게 스쳐 지나갈 것이다.

 

또한, 비트코인은 정부와 은행을 비롯한 중앙기관에 대한 불신에서 탄생한 탈중앙적인 화폐 시스템이다. 그러므로 중국을 포함한 각국의 규제와 견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중국의 이번 채굴 규제를 통해 탈중앙화라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꿈꿨던 가치에 한 발 더 다가갈 수도 있다.

 

비트코인 생태계에 참여하고자 하는 중국인들은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아낼 것이며,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비트코인 채굴 또한 유지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친환경적인 전력을 사용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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