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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오피니언

중국의 잇따른 암호화폐 규제… 왜?

그림 1. 중국의 암호화폐 규제

중국의 첫 번째 암호화폐 규제, 비트코인 채굴 금지

지난 5월 21일, 류허 부총리 주재로 열린 중국 국무원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비트코인과 관련한 자본시장의 불법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주식, 채권,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중국의 주요 채굴 지역인 네이멍구자치구(내몽골)가 비트코인 채굴 금지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5월 25일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칭하이성, 신장위구르자치구, 윈난성 등 여러 행정구역이 암호화폐 채굴장을 폐쇄했다. 특히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쓰촨성마저 6월 21일부터 채굴장 폐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실상 중국 내에서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CCAF)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65%가 중국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해당 조치는 비트코인 생태계 전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채굴 규제의 방식은 각 행정구역마다 다르게 진행되었다. 화력 위주로 전력을 생산하는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경우 화력 발전소의 발전량 자체를 감소시켰으며, 네이멍구자치구의 경우 채굴 규제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잘 지켜지지 않자 네이멍구 내 채굴자들의 채굴기를 모두 압수 조치했다. 수력 위주로 전력을 생산하는 쓰촨성의 경우 6월 25일까지 채굴장 가동 중단 여부를 쓰촨성 정부에 보고하고, 이를 어길 시 강제로 채굴기를 압수하겠다고 통보했다.

 

 

중국의 두 번째 암호화폐 규제, 암호화폐 거래 금지

한편 중국 정부는 채굴 금지 조치에 그치지 않고, 가상화폐 거래 금지라는 규제카드를 연이어 꺼내 들었다. 중국 4대 국유은행 중 하나인 농업은행은 6월 21일 개인의 은행 계좌로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암호화폐를 거래하다가 적발되는 경우 은행 계좌가 말소되며, 알리페이 기능의 사용이 제한된다고 발표하였다. 알리페이는 한국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처럼 중국 내에서 필수적으로 쓰이는 결제수단이기 때문에 농업은행의 해당 성명은 가상화폐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세 번째 암호화폐 규제, 해외 암호화폐 검색 금지

이어 중국 정부는 암호화폐 채굴 및 거래 금지 조치에서 나아가 해외 암호화폐 관련 검색을 전면 차단시켰다. 이로 인해 바이두를 비롯한 자국의 주요 포털에서 해외 암호화폐를 검색조차 할 수 없게 되었으며, 바이낸스와 같은 해외 거래소 사이트를 검색하면 ‘검색 결과 없음(No result)’이 반환되게끔 조치하였다. 지난 2017년에도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한 적이 있지만, 해외 거래까지 모두 금지시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같이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 규제 원인, 디지털 위안화의 도입

첫째,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에 힘을 싣기 위해서이다. CBDC의 가능성을 전망한 중국은 2014년부터 관련 연구를 수행해 왔으며, 현재 전 세계 국가 가운데 CBDC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 중국은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디지털 위안화를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작년부터 선전, 쑤저우, 상하이 등지에서 시범적으로 디지털 위안화를 운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국이 CBDC 도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미국과의 통화 패권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다. 디지털화폐 시장에 대한 선점효과를 누려, 미국이 누리고 있는 달러 패권을 조금이나마 빼앗아 오겠다는 전략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본질적으로 CBDC와 대척점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 화폐에 대한 정부, 은행의 독점적인 권리에 반발하여 비트코인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가 활발하게 거래될수록 CBDC는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구조이며,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 외에도 신경 써야 하는 존재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그러나 달러와 달리 암호화폐는 자신을 보호해줄 정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규제하는 대로 얻어맞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두 번째 규제 원인, 부패와의 전쟁

둘째,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고 있는 부패와의 전쟁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블록 안에 담긴 정보를 수정,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거래의 익명성을 보장해준다. 이에 불법 자금을 유통하는 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자주 사용되어 왔다. 중국의 부유층 역시 정부의 눈을 피해 거액을 송금하는 용도로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난 5월 초 허페이 공안에 의해 검거된 자금세탁 범죄조직의 세탁 규모는 100억 위안(약 1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통해 자금출처를 불명확하게 만드는 서비스를 불법적으로 제공했으며, 가상화폐의 특성을 악용하여 일반적인 자금세탁 규모를 훨씬 상회하는 범죄를 벌였다. 중국 정부는 위와 같은 자금세탁 사례를 줄이고, 검은 돈을 철저히 없애기 위해 암호화폐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세 번째 규제 원인, 탄소 배출량 감소

셋째, 전력 사용량을 줄이고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기 위해서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자국의 탄소 배출량이 2030년에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줄어 2060년에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중국은 이후 지난 3월 공개한 14차 5개년 경제계획(14, 15계획)에서 2025년까지 비(非)화석 에너지의 사용 비중을 현재의 수준(15%)에서 20%로 크게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력소모를 필요로 하는 비트코인 채굴 행위 자체를 감소시켜야 한다. 화석 에너지 위주로 전력을 생산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비트코인 채굴은 탄소배출량 증가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월에 발표된 중국 학술지 논문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이 탄소 중립을 위한 노력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논문은 비트코인 채굴 관련 규제 정책이 없다면 비트코인 채굴로 인한 에너지 소모가 2024년에는 296테라와트시 (TWh)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1억 3,050만 톤에 달하는 탄소 배출량으로, 2019년 중국 전체 탄소 배출량의 약 1.3% 달하는 수치이다.

 

 

기대와 우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에 힘을 실어주고, 불법자금 세탁을 비롯한 부패를 줄이고,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기 위해 암호화폐를 규제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해외 암호화폐 검색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암호화폐 가격 변동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개인은 보유한 암호화폐의 자산가치가 중국의 규제로 인해 감소하기에 중국이 아쉽게 여겨질 수 있지만, 그러한 규제가 왜 이루어지고 있고,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를 올바르게 이해해야만 이후의 방향 예측 및 대응 전략 수립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 규제가 마냥 나쁘지만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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