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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오피니언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 파헤치기

금융위원회의 ‘증권형 토큰’ 기준 검토

최근 금융위원회가 ‘증권형 토큰’의 기준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가상자산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정의하는 증권에 해당하면 발행 형태가 가상자산이어도 자본시장법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500여 개가 넘는 가상자산을 유틸리티 토큰과 증권형 토큰으로 구분하여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초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상승하면서 가상자산의 개념은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상황이다. 다만 유틸리티 토큰과 증권형 토큰의 개념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며, 차이점에 관해 설명 가능한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본고에서는 증권형 토큰이 무엇이며,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증권형 토큰 = 증권 + 가상자산

증권형 토큰은 이름처럼 증권의 성격을 띠는 가상자산을 뜻한다. 증권은 주식이나 채권 등 재산적인 가치가 있는 증서를 의미하는데, 이를 소유함으로써 개인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자산분배나 이익분배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다. 즉, 증권형 토큰은 증권과 가상자산을 연동해 해당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 것으로, 개인은 증권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증권형 토큰을 통해 특정 기업의 자산분배나 이익분배에 참여할 수 있다. 이처럼 증권형 토큰은 기존 경제 모델과 연계될 수 있는 특징으로 인해 다른 가상자산과는 다른 성격을 띤다.

 

 

 

증권형 토큰과 증권형 토큰공개(STO)

 

출처 : mk.co.kr

 

증권형 토큰은 증권형 토큰공개(Security Token Offering; STO)를 통해 발행되며, 어떠한 실물 자산을 연동했는지에 따라 크게 ‘증권 발행형 STO’와 ‘자산 유동화형 STO’로 나뉜다.

 

증권 발행형 STO는 기업공개(IPO)와 비슷한 개념으로써, 주식회사의 주주가 부분적으로 회사를 소유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IPO는 기업이 설립된 후 처음으로 외부 투자자에게 주식을 공개하고 이를 매도하는 일을 의미하는데, IPO를 진행하는 목적은 기업마다 상이하다. 증권 발행형 STO에서는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 토큰을 공개한다.

 

자산 유동화형 STO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ABS는 여러 가지 형태의 자산을 담보하여 발행되는데, 부동산이나 고가 미술품과 같이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도 ABS의 담보로 활용될 수 있다. 자산 유동화형 STO는 이러한 ABS를 가상자산으로 발행한 것을 의미하며,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분산하여 소유하고 싶을 때 자주 쓰인다.

 

 

증권형 토큰공개(STO)와 기업공개(IPO)·자산유동화증권(ABS)의 차이점

IPO·ABS와 구분되는 STO만의 장점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자금 조달 과정을 간소화하고, 이를 통해 전반적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이 있어 가능한데, 중간 관리자 역할의 상당 부분이 스마트 컨트랙트로 이관되고, 데이터를 기록하고 전송하는 과정 역시 하나의 시스템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증권형 토큰은 소수점 단위까지 분할하여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 확보에 매우 용이하다.

 

 

증권형 토큰 = 증권? 자본시장법 적용 여부

증권형 토큰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금 조달 비용이 기존 방법(IPO·ABS)보다 저렴하고, 유동성 확보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규제 당국이 증권형 토큰을 증권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증권형 토큰 역시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으며, 여러 법제를 준수해야 한다. 일례로 증권 발행형 STO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IPO를 진행할 때처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증권형 토큰의 제도권 편입은 무분별한 가상자산공개(ICO)를 막고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국가 간의 경계가 없다는 증권형 토큰만의 장점을 해치기도 한다. 제도권 내에서는 해외 증권을 취득하기 위해 증권을 발행한 국가에 법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발행인 요건, 적격 투자자 확인 과정을 모두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증권형 토큰이 제도권으로 편입되어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는다면, 이미 국내에 발행된 가상자산 역시 영향을 받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투자계약증권 성격이 있는 증권형 토큰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이미 발행된 가상자산이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될 경우, 해당 가상자산을 발행한 프로젝트팀이 등록되지 않은 증권을 판매한 꼴이 된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STO에 기존 증권 발행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이력이 있으며, 지난해 12월 22일에는 미등록 증권을 판매한 혐의로 리플랩스(Ripple Labs)와 그 창업자를 고소하기도 했다. SEC는 리플을 증권으로 분류하였으며, 리플랩스가 리플을 판매하기 전에 SEC에 등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SEC가 리플랩스를 고소했을 당시 리플의 가격이 600원대에서 200원대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기대와 우려

금융위의 결정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자본시장법이 아닌 가상자산을 위한 새로운 법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블록체인학회장을 역임하는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현실 세계 자산을 토큰화시키는 증권형 토큰은 미래 디지털 자산에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자본시장법은 아날로그 세상의 규칙과 규제 방식”이라며 “새로운 산업에 맞는 새로운 규제가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 자산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다양한 산업과 서비스가 만들어질 기회”라며 “기존의 시선으로 판단하는 것은 디지털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한, 증권형 토큰에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되 규제 샌드박스를 제공하자는 의견 또한 제시되었다. 윤석빈 서강대 지능형 블록체인 연구센터 교수는 “증권형 토큰에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더라도 혁신적인 프로젝트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증권형 토큰을 규제하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은 규제를 완화해준다.”며 “국내에서도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해서 산업 진흥을 도모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필자는 증권형 토큰 산업의 성장 속도에 초점을 맞춘다면 후자, 정교함에 초점을 맞춘다면 전자와 같은 방법이 유용하다고 판단했으며, 초기에는 후자를 채택하되 새로운 법안이 마련되면 전자로 변경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가상자산을 위한 새로운 법안에 대해서는 증권은 가질 수 없는 증권형 토큰만의 장점(유동성이 뛰어나며, 절차가 복잡하지 않고, 담보할 수 있는 자산의 범위가 넓음 등)이 백분 활용되면 좋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