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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오피니언

블록체인 업그레이드, 소프트포크와 하드포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업그레이드

2021년은 가상화폐의 두 대장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모두 업그레이드되는 해다. 지난 8월 5일 밤 9시에는 동생인 이더리움이 먼저 ‘런던 하드포크’를 완료했다. 런던 하드포크는 ‘이더리움 개선안(EIP)-1559’를 골자로 하는데, EIP-1559는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급성장하면서 떠오른 수수료 체계 문제를 개선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EIP-1559를 통해 ‘기본 수수료(base fee)’ 제도가 도입되었으며, 거래자가 직접 수수료를 입력하던 기존의 방식이 기본 수수료에 채굴자를 위한 팁을 더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EIP-1559

 

형님인 비트코인 역시 오는 11월에 '탭루트(Taproot) 소프트포크'를 앞두고 있다. 이번 소프트포크는 2017년 블록의 데이터 용량을 늘리기 위해 진행되었던 세그윗 소프트포크 이후 4년 만에 이루어지는 업그레이드다. 비트코인 재단은 탭루트 소프트포크를 통해 거래의 익명성을 강화(슈노르 전자서명을 도입)하고, 처리속도를 높이고자 한다. 슈노르 전자서명은 여러 거래에서 발생한 전자서명을 하나의 거래처럼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보호에 유리하다.

 

한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두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방식은 조금 달라 보인다. 비트코인은 왜 소프트포크를 통해 문제를 개선하고, 이더리움은 왜 하드포크를 통해 문제를 개선할까? 본고에서는 소프트포크와 하드포크가 무엇이며, 어떠한 차이를 가지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소프트포크와 하드포크의 정의

소프트포크와 하드포크 모두 포크로 끝나기 때문에 식기 도구 ‘포크’를 떠올리기 쉽지만, 여기에서 포크는 ‘분기점’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즉, 포크를 진행한다는 것은 분기점을 기점으로 블록이 두 갈래로 나뉨을 의미하며, 이전의 규칙과는 다른 새로운 규칙이 블록에 적용됨을 뜻한다. 결국, 개발자가 블록체인 메인넷을 개선하거나 특정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하나의 소프트웨어 소스 코드를 통째로 편집하는 것이 포크다. 단, 블록체인 메인넷은 일반적으로 탈중앙화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개발자 혹은 커뮤니티의 동의가 있어야만 포크를 진행할 수 있다.

 

소프트포크와 하드포크

 

 

소프트포크와 하드포크의 차이점

소프트포크와 하드포크를 나누는 가장 명확한 기준은 호환성이다. 블록체인이 포크된 이후, 이전 블록과 새로운 블록 간에 호환이 이루어지는지 이루어지지 않는지에 따라 각각 소프트포크와 하드포크로 구분된다. 먼저 소프트포크는 새로운 규칙이 적용되는 블록을 기존 블록체인에 연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기존 블록체인의 기본 구조는 유지한 채로 일부분만 업그레이드했기 때문에 이전 블록과의 호환이 가능하다.

 

한편 소프트포크는 네트워크 참여자 간에 합의를 통해 결정된다. 즉,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소프트포크 도입을 반대하면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비유하자면 iOS 버전을 업데이트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iOS를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반면 하드포크를 진행하는 경우 포크 이후의 블록은 포크 이전의 블록과 호환될 수 없다. 이는 블록체인의 기본 구조가 완전히 변경되기 때문이다. 하드포크로 인해 두 갈래로 나뉜 블록은 다시 만나지 않고 서로 다른 프로토콜을 가지는 두 블록체인이 된다. 즉, 하드포크는 기존 블록체인과는 별개로 새로운 블록 생성 규칙을 적용한 블록체인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이에 소프트포크와는 다르게 네트워크 참여자들은 반드시 새로운 블록 생성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전 버전에서 개발·채굴하던 사용자의 대다수가 업그레이드에 찬성해야 하드포크가 도입될 수 있다. 이는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iOS에서 안드로이드로 바꾸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하드포크는 왜 필요할까? 하드포크의 역사

그렇다면 소프트포크만으로도 블록체인 메인넷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데, 하드포크는 왜 필요한 것일까? 하드포크는 주로 ▲신규 기능 추가 ▲블록 크기 확장 ▲해킹 공격으로 인한 블록 내용 변경 ▲새로운 가상자산 발행 등을 이유로 실시된다. 지난 5일에 이루어졌던 이더리움의 런던 하드포크는 이 중에서 신규 기능 추가에 해당한다.

 

이더리움과 하드포크

 

이더리움은 메인넷 출시부터 지금까지 총 9번의 하드포크를 진행했다. 그중 6번은 이더리움 백서에 적혀 있던 예정된 일정이었고, 3번은 해킹 공격에 대한 대응 차원의 하드포크였다. 특히 지난 2016년에는 해커가 이더리움 다오(DAO; 분산형 자율 조직)의 컨트랙트를 공격해 이더리움을 탈취한 바 있다. 이에 이더리움 재단은 하드포크를 통해 이더리움이 탈취되기 전으로 블록을 되돌렸다.

 

그러나 몇몇 사람은 그 사유가 해킹이라고 할지언정 임의로 블록의 기록을 수정하는 것은 블록체인 이념에 어긋난다며 기존의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유지하자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하드포크된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쪽과 하드포크되기 전의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쪽으로 의견이 나뉘었고, 이전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이더리움 클래식’으로, 하드포크된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이더리움’으로 불리게 되었다.

 

비트코인 역시 하드포크 경험이 있다. 지난 2017년 8월 블록의 데이터 용량 확보를 위한 세그윗 업그레이드가 진행되었을 당시 우지한 대표를 비롯한 비트메인(Bitmain), 비아비티씨(viaBTC) 등 중국 채굴업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들은 세그윗 소프트포크가 확장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의미 있는 방식으로 다루지 않았을뿐더러 사토시 나카모토가 제시한 로드맵과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지한 대표를 중심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하드포크를 진행했고, 비트코인캐시가 탄생했다. 이처럼 기존 블록체인 프로토콜에 대한 반발로 인해 하드포크가 진행되기도 한다.

 

 

기대와 우려

구체적인 방법은 다르지만, 소프트포크와 하드포크 모두 블록체인을 발전시키는 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일례로 한 전문가는 이번 런던 하드포크로 인해 거래 수수료가 감소하였고, 수수료 감소에 따라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디파이(DeFi) 서비스와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시장의 규모가 빠르게 확장되리라 전망하였다.

 

또한, 전문가들은 11월 중순에 예정된 비트코인의 탭루트 소프트포크에 대해서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슈노르 전자서명이 적용되어 거래의 효율성이 늘어나면, 스마트 컨트랙트의 활용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이 활성화된다면 비트코인 또한 이더리움과 마찬가지로 DeFi나 NFT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아울러 소프트포크와 하드포크 소식은 가상자산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더리움은 런던 하드포크가 진행되었던 8월 5일 전후로 우상향의 그래프를 그리고 있으며, 저점(7월 20) 대비 약 71% 정도 상승하였다.

 

비트코인 역시 11월에 탭루트 소프트포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탭루트 소프트포크가 비트코인 가격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리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