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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오피니언

가상자산소득은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되는 것이 적절하다.

가상자산소득에 대한 2021 세법 개정안

 

2021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2022년부터 가상자산 양도소득 및 대여소득에 대해서는 250만 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 기타소득세를 20%의 단일세율로 과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에 투자하여 1,000만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두었다면 250만 원을 뺀 나머지 750만 원의 20%에 해당하는 150만 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다만 150만 원은 거래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으로, 실제 세금은 거래 수수료를 비롯한 필요 경비를 합산하여 계산된다.

 

또한, 기타소득세를 계산할 때는 먼저 매입한 가상자산부터 순차적으로 양도한 것으로 간주하는 선입선출법이 적용된다. 이를테면 거주자가 가상자산을 200만 원, 300만 원, 400만 원에 1개씩 분할 매수한 뒤 가상자산 1개를 1,000만 원에 매도하였다면, 이때의 기타소득세는 1,000만 원에서 가장 먼저 매수한 금액인 200만 원을 제한 800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이후 가상자산을 1개 더 매도하는 경우 기타소득세는 300만 원을 제한 700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한편 2022년 전에 보유한 가상자산의 경우 과세 시행 이전 가격 상승분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의제 취득가액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으며, 거주자가 실제로 가상자산을 취득한 가격과 2022년 1월 1일 0시 기준 시가 중에서 유리한 쪽으로 세금을 낼 수 있도록 고려하였다. 예를 들어 200만 원에 매수한 가상자산이 2022년 1월 1일 0시에 400만 원의 가격을 형성하였고 이를 500만 원에 매도한다면, 기타소득세는 500만 원에서 200만 원을 뺀 300만 원이 아닌 400만 원을 뺀 100만 원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반대로 해당 가상자산의 가격이 하락하여 300만 원에 매도하는 경우, 기타소득세는 200만 원이 아닌 400만 원을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낼 필요 없이 양도차손이 발생했다고 신고만 하면 된다.

 

위에서 살펴본 거주자의 가상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방법은 현행 주식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방법 및 2023년부터 도입되는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방법과 매우 비슷하다. 금융투자소득은 주식을 비롯한 금융투자상품으로부터 실현되는 모든 소득을 의미하는데, 가상자산과 마찬가지로 기본공제액이 250만 원이며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단, 가상자산소득과 달리 금융투자소득에는 과세표준 3억 원 초과분에 한하여 25%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처럼 주식과 가장자산이 유사한 기준과 방법으로 과세된다는 사실은 두 자산의 성격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주식은 양도소득으로, 가상자산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는 점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과세방법은 매우 유사하게 설계하면서 소득의 유형은 왜 통일하지 않는 것일까?

 

 

가상자산소득은 왜 기타소득으로 분류될까?

 

정부는 2020 세법 개정안 문답자료를 통해 이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였다. 문답자료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이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취급하고 있고, 현행 소득세 과세체계에서 상표권 등 무형자산에서 발생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가상자산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의 사례를 보면 영국 역시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취급하면서도 가상자산의 양도나 교환을 통해 얻은 이익에 대해서는 자본소득(captial gain)으로 과세하고 있다. 또한, 영국과 미국의 소득세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기타소득에 해당하는 Miscellaneous Income의 범위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사용료(royalties)를 포함하고 있으나, 가상자산의 거래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자본소득(capital gain)으로 구분하여 과세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어 사용료(royalties)에 대한 정의를 다루고 있는 OECD의 Model Tax Convention on Income and on Capital에 따르면, 무형자산 사용권의 일부를 허락하거나 양도한 대가는 사용료소득에 해당될 수 있으나, 무형자산 사용권 전체를 양도한 대가는 사용료가 아닌 사업소득 또는 자본소득(capital gain)에 해당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정부의 답변처럼 국제회계기준이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취급하고 있고 현행 소득세 과세체계에서 상표권 등 무형자산에서 발생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고 있다고 해서 가상자산소득을 반드시 기타소득으로 구분해야 하는 근거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해외의 입법례에서는 가상자산의 양도 또는 교환에 따른 이익을 기타소득이 아닌 자본소득(captial gain)으로 과세하고 있으며, 가상자산을 상표권으로 보더라도 국제적 기준은 상표권 사용료에 대한 거래를 무조건적으로 기타소득으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였을 때 가상자산소득은 기타소득이 아닌 양도소득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하자

 

정부는 현재 거주자의 가상자산소득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기타소득으로 규정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양도소득의 방법으로 과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거주자의 소득세 체계에 혼란을 야기할뿐더러 다양한 국가와의 조세조약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비거주자의 소득세 적용에도 큰 충돌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가상자산소득을 양도소득으로 구분하는 맥락에서 2023년부터 도입될 금융투자소득의 한 구성요소로 취급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가상자산소득을 금융투자소득에 포함시키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상품거래 방식의 유사성이다. 대표적인 금융상품인 주식과 가상자산 모두 오더북(order book) 방식을 통해 매매가 이루어진다. 오더북 방식은 매수자 및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과 수량을 목록에 올린 뒤, 가격 및 수량이 일치할 때 거래가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이러한 상품거래 방식의 유사성을 근거로 가상자산소득을 금융투자소득에 포함시킬 수 있다. 둘째,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나타난 가상자산 관련 조항이다. 해당 개정안에는 거주자의 해외금융계좌 신고대상의 범위에 해외 가상자산 거래계좌까지 포함시키는 방안과 해외금융회사의 범위에 국내외 가상자산 사업자를 포함시키는 방안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정부는 가상자산소득을 이미 금융투자소득의 일부로서 인식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때 가상자산소득의 두 유형인 양도소득과 대여소득 중 가상자산의 양도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보는 것에는 무리가 없지만, 가상자산의 대여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보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가상자산을 대여했다는 사실만으로 금융투자로 단정 짓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의 공매도와 같이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가상자산이 대여되는 경우를 고려한다면 가상자산의 대여소득을 금융투자소득에 포함시키는 것을 납득할 수 있다. 이에 가상자산소득 모두를 금융투자소득의 구성요소로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며, 다른 금융투자소득과 마찬가지로 가상자산소득 역시 과세표준 3억 원 초과분에 한하여 25%의 세율을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기대와 우려

 

2021년 7월 6일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노 의원은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으로, 당 내외 주요 정책 발굴과 당·정·청 협력과제 등을 총괄 담당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세법상 '기타소득' 항목에서 가상자산을 삭제하고 '금융투자소득'에 가상자산 항목을 신설한다. 또한,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행위는 물론이고 가상자산 대여(디파이, DeFi)로 발생하는 소득 역시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된다. 이어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로 가상자산 투자 역시 최대 5,000만 원까지 공제되며, 2022년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관련 과세가 1년 간 유예된다. 필자의 생각과 비슷한 맥락에서 위와 같은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나 싶다.